초 대 시
우리 집 닭은 나이가 많다
유년의 닭장 속 알둥지에서
어머니의 사랑을 품고 있다
도시락 속 꽁보리밥에
들국화처럼 예쁘게 수를 놓아
가난과 존심을 가려주던
어머니의 사랑을 품고 있다
학교 앞 구멍가게 붕어빵에 눈멀어
슬쩍 주머니에 넣었다가
자갈길에 넘어져 옷 범벅 들통 나
아버지가 준 종아리 상처는
어머니의 약손과 동갑내기다
우리 집 닭은 어머니다
허기진 자식 안쓰러워
눈물만 훔치다 몰래몰래
계란을 용돈으로 낳아 주었다
눈시울 붉어지는 지천명
자꾸만 굽어가는 어머니의
그 따뜻한 사랑을
석양 빛 닭장에서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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