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4일 출발과 13시간의 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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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4일 출발과 13시간의 이익
  • 남해타임즈
  • 승인 2016.08.23 11:36
  • 호수 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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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재교육, 그 현장을 찾아서(1)
장현재본지칼럼니스트상주초 교사

본격적인 폭염 공습이 시작되는 칠월 하순이다. 생활의 숲길을 가다 돌아보면 지나온 길이 더 아름다워 보인다. 새벽 두시, 도둑고양이처럼 발소리를 죽이며 나갈 준비를 한다. 지역이 먼만큼 지금까지 출발은 이런 새벽이었다. 열흘 넘게 머물러야 될 짐들을 담은 여행가방 바퀴 굴러가는 소리가 인적이 드문 골목을 깨운다. 

습기를 머금은 새벽길 어둠사이로 뻗어나가는 전조등 빛이 가물거린다. 몸은 움직이지만 뇌세포는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모양이다. 무릇 유무형의 모든 그릇은 비워야만 다시 채울 수 있다. 그런데 떠난다는 일이 왜 이렇게 두려움으로 증가되는지 휴일 새벽 한산한 교통량에 반비례하여 몰려온다. 졸음을 쫓을 겸 휴게소에 들러 커피를 마신다. 습한 공기와 개구리소리가 온 몸에 감겨든다. 

새벽 네 시 반경 주차를 한다. 서서히 깨어나는 하루를 보며 택시를 잡는다. 김해공항 국제선 2번 게이트를 목적지로 말하고 출발을 한다. 조는 듯 마는 듯, 주변의 가로등 불빛이 환해 정신을 차려보니 공항으로 들어서고 있다. 

공항은 아직 어둠에 잠들어 있다. 하지만 다섯 시가 되자 서서히 내부가 밝아진다. 일찍 도착한 일행이 보인다. 첫 만남은 언제나 낯선 일 눈인사만 잠깐 나눈다.

6시가 넘자 출국수속이 시작된다. 수화물을 보내고 탑승권을 받고 검색대를 통과하여 인천행 KE1402편을 기다린다. 김해에서 출발하여 최종목적지 뉴욕 존에프케네디 공항으로 가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에서 환승해야 한다. 

오전 7시 15분 비행기는 김해공항을 이륙한다. 좌석이 가운데여서 조금 갑갑하다. 짧은 비행시간 기내에서 머핀 빵과 함께 커피로 허기를 달랜다. 같은 일행 한분도 오른쪽에 앉았는데 처음이어서 낯설다. 약 한 시간의 비행 끝에 인천국제공항에 내린다. 이제 남은 일은 환승을 위한 기다림이다. 

뉴욕 발 탑승구는 10번 게이트이다. 탑승까지 여유가 있어 자리를 정하고 앉는다. 여기저기 각양각색의 공항패션을 한 이방인이 지나간다. 저 사람들에게 있어 나 또한 다른 이방인으로서 관심을 끌지 못할 것이라는 소외감이 옷깃을 접는다.

탑승구 밖 양쪽 날개에 엔진을 각 두 개씩 장착한 뉴욕행 KE081편이 보인다. 국내선과는 다른 크기이다. 드디어 10시 탑승이 시작된다. 비행기 탑승도 차이가 있다. 흔히 금수저 흙수저처럼 비즈니스 퍼스트 클래스 승객에게는 별도의 탑승 줄이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는 결국 사람의 차별로 이루어진다는 말에 수긍이 간다.

내 좌석은 기내의 맨 후미 열 가운데이다. 그 뒤쪽은 미니 쇼핑몰 공간과 이층으로 통하는 실내계단이 있다. 탑승구가 닫히고 안내 방송이 나온다. 잠시 후 무거운 동체는 활주로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낯선 아픔들이 비행 음에 소리를 죽이며 파묻히기 시작한다.

뉴욕까지의 비행시간은 대략 14시간가량 소요된다. 일반석에서의 이 시간은 지루함과 더불어 벽간 고문이다. 기내의 온도가 싸늘하다. 담요로 몸을 감싼다. 12시 20분경 기내식을 먹는다. 먹으면 배설을 해야 하는 게 당연한 인체의 법칙인데 좁은 기내의 화장실이 공포로 다가온다. 승무원이 간간이 주스와 물을 준다. 비좁은 좌석에서 장시간 앉아 있으니 몸이 뒤틀린다. 목 베게라도 있었으면 좋을 것을 아쉬워한다. 

오후 4시경 참을 인자를 멈추고 일어나 뒤쪽으로 나가 몸을 푼다. 여행은 고통의 실들이 짜여 추억으로 자리 잡는가? 아직 일곱 시간의 비행이 남아있는데…….

창밖은 어둠에 싸였다. 소금 3퍼센트가 바닷물을 썩지 않게 만든다고 하는데 지금 이 시점에 나를 지탱해 줄 3퍼센트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시각 일요일 밤 23시 10분 기내방송에서 도착 40분 전임을 알린다. 등받이 모니터에 비행경로가 표시된다. 뉴욕시각으로 출발 23시 14분, 도착 일요일 오전 10시 45분!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온 셈이다. 

뉴욕시각 오전 10시 43분 우리나라 시각 23시 43분 기체의 흔들림과 함께 존에프케네디 국제공항에 착륙한다. 공항 풍경은 어느 곳이나 비슷하지만 인천공항처럼 말끔하고 세련된 맛은 떨어진다. 입국심사가 이슬람극단세력의 잇단 테러로 너무 까다롭다. 양손지문과 집게손가락 스캔, 홍채인식을 마친 뒤에야 입국승인이 된다. 

공항 문을 나서는 순간 대서양의 공기가 흐르는 뉴욕의 하늘은 파랗다. 습기는 별로 없고 우리의 팔월 말 구월 초와 같은 기온이다. 쏟아지는 햇살의 눈부심이 눈꺼풀을 걷어 올린다. 아! 이제 정말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되는 구나. 긴 비행 끝에 다시 다가올 새로운 일정이 두근거리지만 몸은 열 네 시간이란 긴 비행과 시차로 서서히 지쳐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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