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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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향하여
  • 이현숙 | 본지 칼럼니스트
  • 승인 2016.09.21 11:06
  • 호수 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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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현 숙
본지 칼럼니스트

어느 날 느닷없이 걸려온 전화의 발신지가 미국도 아프리카도 아닌 머나먼 우주라면 어떤 기분이 들까. 작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체류했던 영국인 우주비행사 티모시 피크가 지구로 전화를 걸었을 때였다. "안녕하세요. 거기 지구 맞나요?"라는 물음에 상대편 여성이 당황해하자, 장난 전화는 아니지만 사과한다는 내용의 트위터를 남겼다고 한다. 우주와 지구간 전화통화라니 언뜻 상상이 가지 않는다. 여하튼 현대 과학기술은 인간을 우주로 태워 나르고 국제통화도 아닌 우주통화를 가능케 할 만큼 진보했다. 허무맹랑한 소리지만 천국과도 전화 연결이 되어 사랑했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다면 좋겠다.

내친김에 내가 좋아하는 우주 이야기를 좀 더 해 보려 한다. 우주 나이 138억 년이란 인간의 셈법으로는 가늠조차 힘든 시간이다. 어쩌면 그 광활한 세계, 그 장구한 역사 속에 복잡다단한 인생사를 해결할 뜻밖의 해법이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먼저 지구와 태양계를 포함하는 우리 은하계를 보자. 은하의 중심에서 2억 7천만 광년 떨어진 곳에 지구가, 은하의 가장자리에 태양계가 위치한다. 우리 은하계 지름은 10만 광년이다. 은하는 우주를 구성하는 단위이다. 1광년은 빛이 진공 상태에서 2억9979만2458m/s의 속도로 1년 동안 가는 거리 즉 9조4670억7782만km다. 한 개의 은하계는 약 천억 개의 항성과 성단 및 성간 물질로 구성된다. 우주에는 이런 은하계가 수천억 개나 널려 있다. 우주 지름은 100만km의 100만 배의 100만 배의 100만 배라는 천문학적인 수치다.

외계행성이란 우리 태양계 바깥쪽 우주에서 다른 항성의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을 말하며, 현재까지 발견된 것은 2000개 정도다. 이 중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가진 행성을 `골디락스`라고 부른다. 2015년 1월 미국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센터는 지구로부터 1,100광년 떨어진 곳에서 `케플러-442b`라 명명된 새로운 행성을 발견했다. 이 행성은 표면이 암석일 가능성 60%에 생명체가 생존할 가능성 97%로, 지금까지 발견된 어떤 외계행성보다도 지구와 닮았다. 태양보다는 훨씬 작고 지구보다는 30%정도 더 크며 112일을 주기로 적색왜성 주위를 돈다. 적색왜성은 전체 우주별의 80% 정도를 차지할 만큼 흔한 별인데 밝기는 태양의 50분의1이다. 우주에 존재하는 행성 중 지구 크기만 한 것은 300억 개 정도로 추정된다.

유능한 목수도 무딘 연장으로는 실력 발휘를 못하듯, 뛰어난 천문학자라도 제대로 된 도구가 없으면 별을 관측할 수 없다. 베일에 감춰진 우주의 비밀을 밝히는 열쇠는 바로 천체망원경이다. 이에 한국은 수명을 다한 케플러 망원경을 대신할 차세대 망원경 건립 계획을 수립했다. 마침내 2015년 6월 3일은 한국 천문학사에 기념비적인 날로 기록될 만하다. 이날 칠레 북부 아타카마 사막에 자리한 해발 약 2500m의 라스 캄파나스 산 정상에서, 세계에서 가장 성능이 뛰어난 최첨단 거대마젤란망원경(GMT) 기지 건립의 첫 삽을 뜨는 기공식이 있었다. 미국, 브라질, 호주의 천체 관련 연구기관 10곳 그리고 부지를 제공한 칠레와의 국제적 과학 협력 사업에 우리 `한국천문연구원`이 주요 파트너로 참여하면서, 우주를 향한 힘찬 여정의 의미 있는 일보를 내디뎠다.

모든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이곳에서 22층 높이의 세계 최대급 광학망원경을 볼 날도 머지않았다. 또한 2021년 첫 관측을 시작으로 2024년부터는 본격적인 탐사가 예정되어 있다. 거대마젤란망원경은 초대형 반사경 7장이 벌집 모양으로 연결된 구조다. 한 장 당 지름 8.4m, 구경 약 25m, 무게 17톤에 달하는 규모로써 허블우주망원경(HST)보다 10배나 선명한 영상을 제공하게 된다고 한다.

인류가 지구의 지각 위에서 지지고 볶으며 전쟁 같은 일상을 보내는 동안, 우주 역시 지속적으로 팽창하고 역동적으로 활동하면서 새로운 별을 탄생시키고 낡은 별을 거두기를 반복하고 있음을 기억하자. 언젠가 빅뱅(대폭발)의 미스터리와 우주 탄생의 시원(始原)까지 속 시원히 밝혀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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