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이 대한민국
상태바
최순실이 대한민국
  • 윤장렬 |
  • 승인 2016.11.29 10:38
  • 호수 5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바른지역언론연대 특별기고
윤 장 렬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
언론학 박사과정

난리 아닌 난리가 났다. 최순실의 국정개입이 가시화되면서 지금 대한민국은 발칵 뒤집혔다. 언론은 국가와 대통령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펼친 최순실을 극악무도한 `국사범`으로 몰고 있고, 최순실과 관련된 주변인들과 그들의 행적을 하나씩 폭로하고 있다. 그래서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인물들이 가해자로 또는 피해자로 언론에 집중되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최 씨에게 조종당한 무능한 대통령은 국가가 위임한 대통령의 권리와 권한을 포기했고, 더 나아가 대통령의 책임과 의무를 방관하는 기가 막힌, 참으로 웃지 못 할 일들이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사람들은 이를 가리켜 "최순실의 대한민국"이라고 한다.
여기에 분노한 시민들은 거리로 나왔고 대규모 촛불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마치 활기찬 시민사회와 역동적인 정치적 공론장이 대중들의 분노를 조직하고 표출되는 현상처럼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행동들은 참으로 고무적인 현상이다. 왜냐하면, 국민들이 요구했던 규범적 기대가 국가의 정당성을 평가하고 개체화된 시민사회가 정치적 공동체로 포용되는 과정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혼란 속에 또 다른 혼란이 우려되고 있다.

우려 1. 지금의 혼란 정국은 재벌 언론, 조선일보에 의해 설계, 진행되고 있다.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이미 MB에 의해 폭로됐던 박근혜 주변 인물들은 조선일보에 의해 폭로, 공론화되었다. 빙산의 일각인 지금의 혼란을 조선일보는 서둘러 수습, 정리하려 한다. 여전히 조선일보가 내놓는 사설들을 지켜보면, 사건의 전체적 윤곽에 그들은 선을 긋고 국민들의 여론과 심지어 정부, 정당들의 움직임까지도 컨트롤하고 있는 수준이다. 대통령의 결단만을 종용하고 있는 재벌 언론의 이러한 여론 형성은 결코 이번 혼란에 대한 문제 해결책이 아니다. 박근혜 하야만이 문제의 본질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흥분한 대중은 이를 요구하고 있다. 단지 재벌 언론사가 대한민국의 의제설정을 충실히 담당하고 있다는 사회구조를 재확인하게 될 뿐이다.

우려 2. 지금의 혼란 정국에서 가장 큰 우려는 무엇이 문제인지 불분명한 것이다. 지금 겉으로 대두되는 문제의 요지는 크게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 농단", "박근혜의 권력 사유화"이다. 물론 이제까지 국정 운영을 비선에서 관리, 조정됐다는 일은 무척이나 어처구니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대중은 "비선 최순실"에 더욱 분노하고 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자. 지금까지 박근혜의 사람들로 지칭되며 국정을 운영했던, 계선(系線), 즉 비선의 반대인 계선의 실세들(대표적인 인물, 김기춘)이 대한민국을 어떻게 운영해 왔던가? 세월호에서 사드 배치는 물론 노동자 탄압 등등 지난 몇 년간 국민들은 "국가 폭력 책임자 처벌, 박근혜 정권 퇴진`을 꾸준히 외쳐왔다. 더불어 지금까지 박근혜 정권은 재벌 기업들과 정치권력자들만을 위해 복무했던, 그래서 그는 국가 권력을 지속적으로 사유해왔던 대통령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지금 대중은 마치 새로운 사실에 대한 폭로나 갑작스러운 환멸이 있었던 것처럼 분노하고 있다. 유체이탈 박근혜와 비선 최순실의 국정 농단은 본질적인 문제 접근에 대중들의 관심만을 흐리게 할 뿐이다.

우려 3. 지금의 혼란 정국이 또 다른 혼란에 처한 원인은 정부와 야당을 비롯한 정치 정당 그리고 검찰과 언론 등 각기 다른 사회적 기관들이 상호 관계에 의해 작동되고 있는, 즉 모든 기관들이 지배 권력에 의해 조종되고 있는 상황이다. 업무 담당자 개인에 대한 전문성보다 조직 간의 관계가 우선되고, 조직의 능률이나 성공적 운영보다 상호 이해관계가 더 중시되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는 법의 기능을 상실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우리는 최순실이 행한 청탁들과 비리들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부도덕으로 혀를 차고 있다.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이처럼 역동적인 시민들의 정치 활동에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하는 논의들이 다양하길 바란다. 지금 혼란 정국은 "최순실의 대한민국"으로 집중되어, 박근혜 하야와 최순실을 비롯한 주변인들을 벌하는 수위로 끝날 공산이 크다. 나쁜 지도자를 끌어내는 일도 민주 사회로의 단초가 되겠지만, 좋은 지도자를 갈망하는 민중에서 잘못된 사회 구조를 비판하는 정치적 참여가 내 삶과 내 주변을 바꿀 수 있는 참 동력이 될 것이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