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
아이들에게 자연을 선물해주고 싶다는 그 마음, 동화속에서만 가능한 판타지일까? 아니, 여기 보물섬 남해라면 가능하다. 남면 석교마을의 우세진, 한송이 부부는 그러한 동화를 실현시킬 요술램프를 가지고 이곳으로 왔다. 바로 `강한 의지와 남들이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도전`이 바로 그것이다. 알라딘이라도 알고 있는 듯한 환한 미소의 부부, 이들을 만나봤다. <편집자 주>
여행으로 온 남해,
공장 없는 환경 좋았다
서울토박이 세진 씨는 춤은 못 추지만 춤은 사랑하는 사람으로 `이지댄스`라는 체인점을 열어 홍보하고 관리하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부산 서면에 체인점을 내려 출장을 갔다가 그곳에 수강생으로 온 오늘날의 부인, 한송이 장미 같은 송이 씨를 만났다. 그렇게 호감을 느끼고 감정을 키워가던 사이 세진 씨가 서울로 돌아갈 날짜는 다가오고, `같이 서울가자`는 말이 프로포즈가 돼 그 이듬해 3월 서울에서 결혼하고 신혼살림을 살게 됐다. 그런 부부가 아이 키우기 더 나은 환경을 찾아 부인 송이 씨의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가 살게 되다 여행지로 만난 남해에 반하게 됐다고. 세진 씨는 "쏙 잡으러 지족에 온 게 계기였어요. 조선소도 공장도 없는 깨끗한 환경이 참 좋았고 그 후로 몇 차례 더 남해로 여행 오며 `살아볼까?` 결심하게 됐다"고.
`마당 있는 집` 만난 게
가장 큰 행운
이들 부부가 남해로 내려오기 전 기대한 집의 조건은 딱 하나였다. `마당 있는 집`. 그런 부부에게 이 집은 기대이상이었다고 한다. 집과 큰 창고, 마당 다 포함해 120평 정도 되는 이곳을 보자마자 바로 여기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그렇게 두 달간을 리모델링을 거쳐 가족의 보금자리가 만들어졌다.
집을 다 짓고 나니 먹고 살 일을 찾아야 했다. 어차피 세 아이의 엄마인 송이 씨는 몸을 뺄 수 없는 처지였기에 남편 세진 씨는 더 바삐 움직였다. 마을의 `석교팜`에서 직원으로 근무하며 시금치 유통 일을 하기도 하고 멸치잡이 정치망 어선에 타서 일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곧 허리디스크 판명을 받아 무리하게 몸 쓰는 일은 어렵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게 된다. 그때부터 부부의 고민은 깊어졌다.
하지만 이들이 누군가. 사랑으로, 가족애로 똘똘 뭉친 특급 부부 아니던가. 세진 씨는 집수리 시기에 재미를 붙인 `목공예`에 눈을 떴다. 그리고 스스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만 그치지 않고 옛 창고를 새로이 개조해 인테리어공방 `B급 상점`을 덜컥 열어버린 것이다.
직접 만든 나무도마, 북홀더…
B급 상점은 꿈의 `쇼룸`
이들 부부는 먹고 살 걱정하느라 귀촌을 주저하는 사람들에 대해 외려 정반대의 이야기를 한다. 세진 씨는 "남해에선 먹고 살 게 많아요! 젊은이에게 기회의 땅이 바로 남해라고 생각한다. 어르신들이 연로하시니 농사지을 땅도 많고 몸을 써서 일해 보겠다고 마음먹으면 할 일이 도처에 있다"고 말한다. 또 굳이 펜션을 하지 않더라도 최고의 여행지니까 관광객들 상대로 할 일이 뭐가 있을까 찾아보면 분명히 길이 보인다는 것. 핸드메이드 숍이자 편집숍이기도 한 이곳 비급상점은 세진 씨가 직접 만든 나무도와와 북 홀더뿐만 아니라 여러 디자인 제품과 캔들, 이제는 독립서적까지 다양한 재미가 있는 `쇼룸`공간이다. 그뿐 아니다. 난롯가에 앉아 차 한잔 나눌 수 있도록 허브 차와 간식거리를 함께 팔고 있다.
세 남매 키우기에 여념이 없는 송이 씨는 "공기 좋은 데서 아이들 뛰어 놀게 해주고픈 부모의 로망을 실현할 수 있어 좋다"며 "오히려 젊고 건강할 때 귀촌해서 자연에 가까운 환경을 느끼며 사는 것도 좋은 선택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적게 벌어 적게 쓰며 하나 둘 일궈가는 우세진, 한송이 이들의 야무진 사랑이야말로 보물섬을 반짝반짝 빛내는 특급 보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