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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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펭귄
  • 남해타임즈
  • 승인 2017.03.21 10:37
  • 호수 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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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재 명
본지 칼럼니스트

이제 감상적인 이념논쟁이나 필요이상의 정쟁으로 국력을 소모해서는 안 된다. 모두 차분히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고 특히 정치권의 역할은 어느 때 보다도 중요하다

퍼스트 펭귄(first penguin)이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첫 번째 펭귄이라는 뜻이다. 남극의 펭귄들은 바다 속에서 먹잇감을 찾으며 생명을 유지해간다. 그러나 천적이 우글거리는 바다 속으로 뛰어들기에는 엄청난 두려움이 앞선다.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고 머뭇거리다 한 마리가 먼저 바다로 뛰어들면 나머지 펭귄이 그 뒤를 따른다. 이때 바다에 처음으로 뛰어든 용기 있는 펭귄을 `퍼스트 펭귄`이라 부른다.

시국이 어수선하고, 주변의 상황이 극도로 어려울 때는 나를 버리고 용기 있는 행동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선구자가 절실히 필요하다. 총체적 난국인 경제상황, 혼란스러운 탄핵정국으로 국민들은 아직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상처투성이다.

몇 가지 현 시국상황을 보면, 미국이 기준금리를 상향조정함으로 인해 국제금융시장의 흐름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 소용돌이를 피해가긴 어렵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철강분야의 반덤핑관세 폭탄도 심각하다. 현대중공업의 변압기의 경우 무려 61%의 반덤핑관세 최종판정을 받았다. 심지어 FTA에 대한 재검토에 돌입하겠다고 트럼프 미국대통령은 선언했다.

중국발로 날아든 사드 보복조치는 당장에 국민의 생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중국내 롯데의 경우 99개 판매망 중 55개가 영업정지를 당했고, 한국관광상품의 판매중단을 지난 15일부터 단행함으로써 한국관광을 전면중단했다. 한류열풍으로 한국의 연예계가 막대한 수익을 올리며 호황을 구가했던 것도 한한령(限韓令)으로 경색되었다.

북한의 김정은은 말레이시아에서 형인 김정남을 살해하고, 연일 핵탄두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위협을 가하며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일본은 소녀상철거문제로 주한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한 후 아직도 한국으로 보내지 않고 있다. 독도의 영유권 주장은 여전히 그 강도를 높여가고 있으며 철저히 전략적으로 한국을 대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이 우방을 자처하여 사드를 배치하거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여 신속한 군사적 대응을 함으로써 우리나라와의 동맹을 강조하는 이면에서도 그들은 경제적 실익이나 자국의 실리를 위한 전략적 측면에서는 우리의 상황을 일체 배려하지 않는다. 국제적 관계에서 실리를 벗어난 기대는 생각할 수가 없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는가?

그런 와중에 우리는 탄핵정국으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았다. 대통령이 파면되고, 5월 9일  대선을 치러야 한다. 민생은 도탄에 빠져들고 있는데도 정치권은 사실상 정권쟁취에만 몰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도자를 잃은 정부도 우왕좌왕 사태의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정황이 속속 나타난다.

필자는 지난 시론에서 우리나라의 경제가 탄핵정국에서도 버틸 수 있는 기저를 갖추고 있는 것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 했다. 그러나 버틸 수 있는 여력은 한계를 넘어서면 감당할 수 없다. 간단히 살펴본 바로도 현재 우리의 정치국면이나, 무역의존도가 가장 높은 국가들의 경제보복, 안보위협이 주는 불안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특히 대우조선 회사채만기, 북한 핵실험,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발표가 맞물려 있는 4월 위기설의 실체에 대하여 정부는 큰 타격을 예상하지 않고 있지만, 중국의 사드보복과 맞물려 대응을 잘못했을 경우 상당한 파괴력으로 우리 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국가의 위기가 코앞에 닥쳐왔고, 총력을 모아 난국을 타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이다. 이제 감상적인 이념논쟁이나 필요이상의 정쟁으로 국력을 소모해서는 안 된다. 모두 차분히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고 특히 정치권의 역할은 어느 때 보다도 중요하다. 국가를 망칠 것인가? 살릴 것인가? 퍼스트 펭귄의 용기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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