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꽃
동백꽃
치자꽃이 피고 진 자락에
이른 봄에 뽑아버린 잡초들이
거름 준 이 없는 꽃밭에
원기 왕성하게 쑥쑥 자란다
새벽이 동트면
밀짚모자 눌러쓰고 호밋자루 손에 쥐고
잡초와의 전쟁을 시작한다
뽑아도 봅아도 돌아서면
또 돋아나는 잡초야
밟아도 밟아도 죽지 않는
우리네 민초같이
너 또한 이 세상에 필요한 존재구나
헐벗은 땅을 푸르게 물들게 하고
죽어 시들면 땅을 살찌우는 거름이 되는
없어서는 안 될 필요한 존재였구나
그러나, 너보다 더 소중한
나의 살구꽃, 동백꽃, 치자꽃을
지키기 위해
나는 오늘도 잡초,
너와의 한판 전쟁을 시작한다
Tag
#N
저작권자 © 남해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