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의 유관순 풀 30회에 도전하다
상태바
주로의 유관순 풀 30회에 도전하다
  • 남해타임즈
  • 승인 2017.05.23 10:56
  • 호수 5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물섬800리길전국마라톤대회 후기

| 박서연 남해마라톤클럽 회원 |

여명이 동틀 무렵 5시 잠자리에 일어나 제일먼저 창밖을 내다본다. 오늘은 보물섬 800리길 전국마라톤대회가 노량에서 개최되기 때문이다. 제발 화창하고 좋은 날씨이기를 바라면서 후다닥 아침밥을 가볍게 챙겨먹고 마침 군에서 휴가 나와서 10㎞에 도전하는 작은 아들 김태영이와 함께 내 고향 보물섬 남해대교가 나를 반기는 노량으로 차를 몰았다. 미세먼지가 좀 있어 보이고 황사현상이 나의 시야를 조금 어지럽혀도 신선한 바람이 불고 길가의 아카시아 향기는 나의 후각을 유혹하지만 마음은 마냥 즐겁다.

나의 고향 남해를 달려본다는 기대감에 발걸음이 무척이나 가볍다. 일찍 노량 경기장 근처에 파킹시키고 이순신 장군의 얼이 살아 숨 쉬는 충렬사 쪽으로 갔다. 회원들 전영옥, 김미영, 정혜숙이 먼저 와서 남마클 부스에서 행사준비 한다며 부산하다. 나는 옷을 갈아입고 휴대품을 비닐 팩에 넣어 물품보관에 맡긴 다음, 무릎과 나의 탄탄하고 날씬한 허벅지에 스프레이를 뿌리며 경쾌한 음악에 맞춰 에어로빅 댄싱 팀과 함께 2000여명이 스트레칭을 한다.

나는 도로 주위를 가볍게 뛰며 엔진에 시동을 걸었다. 15분을 남기고 행사장에서 스타트라인으로 이동하였다. 진행MC가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음악과 사물패 북소리와 함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가운데 카운트다운 다섯, 넷, 셋, 둘, 하나, 출발! 축포가 터졌다. 나의 번호 40016를 허리 아래쪽에 달고 9시 정각에 풀 출발이다. 무사완주 하기를 기도하면서 노량충렬사 밑을 우로 돌아 벚꽃터널로 접어들었다. 바닷바람이 나의 얼굴을 어루만지고 환상적인 경치와 동네어르신들 박수응원에 발걸음도 가볍게 대지를 박차고 달린다. 수원늘 언덕, 왕지고개 에코터널을 지나 단숨에 동흥고개도 넘었다. 나의 컨디션은 좋은지 발자욱 소리는 싸아악,싸악, 경쾌하다.  

8키로 지점 옥동마을 200m 언덕을 숨가쁘게 뛰 올라 넘는데 프랜카드 글귀가 가슴에 확 와 닿는다. 룗보GO, 달리GO, 즐기GO룘 우리 남마클 응원구호다.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든다. 


 

농번기라 바쁘신 중에도 마을입구 양쪽길가에서 응원하신 동네 어르신들의 박수소리가 내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나무 한그루 꽃 한 송이라도 정성을 들여놓은 주로(走路)는 뛰는 이들의 마음까지 설레게 한다. 날씨는 더워지고 강한햇살은 나의 가슴속으로 파고든다. 선소마을 초입에 들었는데 마을 우회하는 구간엔 아직 공사중 포장하지 않는 자갈 다짐상태였는데 이 300m 구간이 달리미들을 성가시게 하는 구간이었다.

발바닥은 자갈에 박혀 아프고 돌이 신발 안으로 들어오니 조금은 힘들었고 짜증스러웠다. 만약 비라도 왔으면 흙탕길로 난장판이 되었으리라 생각하니 아찔하다. 선소를 지나 쇠섬 반환점에는 멋지게 달리는 모습을 사진을 찍어주는 고마운 분들 동네주민들이 양쪽 도로가에서 박수와 응원을 받으니 기분은 상쾌하게 발걸음도 가볍게 반환점을 돌았다.

나의 팔목시계는 2시간을 넘어가고 있었다. `이제 반환점을 돌았으니 조금만, 조금만 더 가면 돼` 나는 나에게 최면을 걸면서 나를 격려했다. 오는 길은 무척이나 더웠다. 주로에는 선수들 뒤엄뒤엄 늘어져서 30도를 육박하는 더위와 천근만근되는 다리 고통과 씨름하고 있다. 내가 왜 이러한 고통을 스스로 불려들여 고생하는가 하는 생각이 오른쪽 다리를 물고 늘어진다. 여기에다 배는 고픈데 먹거리는 부족하고 물도 시원하지 않아 짜증스러워 자원봉사자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못했다.

타지방 대회가면 얼음이 든 고무통에서 물을 꺼내주면 시원하고 시원한 물에 손수건을 적시거나 찬물 먹은 스폰지를 주면 그나마 더위를 식힐 수 있는데 괜히 심술이 난다. 워낙 덥고 고개언덕이 많아서 다리를 쩔룩거리며 걷는 선수들이 더러 보인다. 그러나 나는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가던 길을 다시 돌아오는 마을길에는 응원해 주던 동네주민들이 보이질 않는다.

그래도 멋지고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서 내가 사는 고향이라서 환상적인 코스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한편으로 나무그늘이 노량 벚꽃터널처럼 좀 많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출발할 때 북 치고 장구 치던 메구패 회원들의 공연이 도착할 때 끝까지 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일찍 들어온 선수들도 힘들게 달려서 골인했겠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42.195㎞를 달리고 걸어서 온 선수들 `아 내가 완주하길 잘했구나`하는 마음이 들도록 끝까지 박수 쳐주고 응원해 주는 분들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기면서 페이스메이커는 나를 드디어 결승 테이프를 끊도록 도와주었다.

영광의 추억, 4시간 45분, 여자부 13위,  완주 27회째 시원한 물에 더위를 식히고 나서는 시원한 막걸리에 두부, 김치 같은 먹거리가 어느 대회를 가도 풍족하게 있었는데, 이번 대회는 없었고 출발점과 도착점이 행사장과 멀뿐 아니라 차량통행과 주차장이 부족하고 행사장이 협소하다고 모든 선수들이 아쉬워하는 소리가 들려서 남해사람으로서 듣기가 싫어진다. 

오늘 또 이 한 장의 멋진 추억과 여성이기에 아무나 도전할 수 없는 마라톤 풀코스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건강이 허락하는 한 내 꿈을 향해서 오늘도 스타트 라인에 서있는 나를 본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