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과 성실함, 부모님이 물려주신 소중한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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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과 성실함, 부모님이 물려주신 소중한 유산"
  • 하혜경 서울주재기자
  • 승인 2017.05.23 11:08
  • 호수 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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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우 2세 이동준씨 예비 신부와 변호사 시험 나란히 합격

서면 남상출신 이영팔·고현 도마출신 최순엽 향우 장남

지난 4월 15일에 발표한 제6회 변호사 시험 합격자 명단에 서면 남상출신 이영팔, 고현 도마 출신 최순엽 향우의 장남 이동준 씨가 이름을 올렸다. 특히 동준씨는 예비신부 한지선 씨와 나란히 합격해 화제가 됐다. 향우 2세 변호사 부부의 탄생도 대견하지만 부모님의 도움 없이 오롯이 혼자의 힘으로 법학대학원을 마친 이동준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고향을 떠나 자리잡기도 쉽지 않았던 향우 1세대. 남해인 특유의 성실함과 끈기는 세상 풍파에도 바래지않고 향우 2세들에게 이어지고 있었다. 서른여섯 늦깎이 나이에 변호사 시험을 통과한 동준의 이야기를 들었다. 알콩달콩 신혼 꿈을 키워가는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도 양념으로 곁들였다.

하루도 쉬지 않는 아버지의 뒷모습 보고 자라

강서구 화곡동에서 태어난 동준씨의 부모님은 모두 남해사람이다. 서면 남상 총각과 고현 도마 처녀가 만나 서울에서 자리를 잡았다. 아버지는 건설 노동자로 일했다. 건축 공사에서 벽이나 천장 바닥에 시멘트를 바르는 `미장`일이 동준 씨 아버지의 직업이었다.

그가 바라본 아버지는 늘 일하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제 기억에 아버지가 집에서 쉬는 걸 본 적이 없었어요. 비 오거나 눈오는 날에는 일이 없어 쉴 수도 있었을 텐데 아버지는 인력사무실에 나가서 다른 일거리라도 찾아서 일하곤 하셨어요. 부모님 형편을 잘 아니까 공부를 안 할 수 없었죠. 제가 성공하려면 공부 밖에 없다는 생각을 어렸을 때부터 했던 거 같아요"

생활력 강하기는 어머니 최순엽씨도 마찬가지였다. 부업거리가 끊이지 않았던 어머니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일찍 철든 동준씨는 학원 문턱도 넘지 않았는데 성균관 대학교 법학과에 입학했다. 아버지 이영팔 씨는 "동준이는 참 착하고 부모 속 한번 썩인 적 없어요. 대학, 대학원 모두 전액 장학금을 받아 학비 한번 대 준 적 없었다. 부모로 대견하고 기특한 아들"이라고 말한다.

 

변호사 자격증 위해 모든 것 걸어

대학 졸업 후 중소기업 법무팀에 바로 취업 한 것도 동준씨의 당연한 선택이었다. "빨리 자리를 잡아야 했으니까요. 다행히 탄탄한 중소기업인 통신회사에 입사해 빨리 독립할 수 있었다"는 동준씨. 동준씨는 회사에서 자리를 잡아갈 무렵 안정보다는 도전을 선택하게 된다. 변호사 시험을 위해 법학대학원 진학을 결정한 것이다. "일을 하다 보니 변호사가 아니면 할 수 있는 업무의 영역도 한계가 있고 앞으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반드시 변호사 자격증이 있어야 겠더라고요. 그래서 과감히 퇴사를 결정했죠" 부모님은 당연히 반대했다. 직장도 있으니 결혼해서 자리를 잡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다. 하지만 늘 책임감 있는 아들이었던 만큼 말릴 수는 없었던 상황.

퇴직금과 그동안 모아뒀던 돈 6000만원. 부모님 도움 없이 공부하기 위해 학자금까지 스스로 준비한 것이다. "학교 장학금이 없었다면 불가능 했겠죠. 다행히 6학기 중 1학기만 빼고 모두 전액 장학금을 받았어요. 모아둔 돈은 생활비와 책 값으로 다 사용했죠. 아마 이번에 합격 못했으면 난감할 뻔 했다"고 씨익 웃는다.

합격 소식 듣고 아버지와 펑펑 울어

모든 걸 걸었기 때문일까 이번 변호사 시험 합격은 그에게 더욱 간절했다. 합격 소식을 전한 한지선씨는 "전화로 합격 소식을 알렸어요. 그런데 오빠가 우는 거에요. 오빠가 어떻게 공부했는지 곁에서 지켜봐서 잘 알기 때문에 많이 안타까웠죠. 전 당연히 합격 할 줄 알고 있었죠. 오빠 실력을 믿었거든요. 근데 정말 간절했었나 봐요. 옆에서 통화를 듣던 아버님도 함께 울었다고 하더라고요"라고 말한다.

지선씨의 말에 동준씨는 쑥스러운 웃음을 머금었다. 법학대학원 동급생으로 만나 사랑을 키운 한지선씨는 제주도가 고향이다. "둘 다 섬사람"이라며 공통점을 자랑스럽게 말한다.

동준씨의 한결같은 모습에 마음을 열었다는 그녀는 `고향 부모님도 오빠를 너무 좋아하신다`고 자랑한다. 고려대학교 법대를 졸업한 지선씨는 올해 서른 셋. 동준씨와 법대대학원에서 1·2등을 다툴 정도로 우등생이었다. 검사시험을 준비하다 아쉽게 탈락하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다.

부부 변호사로 새 출발

두 사람이 오는 7월 화촉을 밝히면 부부 변호사가 된다. 동준씨는 예전 다니던 회사에 재입사 권유를 받고 오는 6월부터 출근할 예정이다. 한지선씨는 당분간 결혼식 준비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결혼 후 어떤 분야 변호사가 될지 천천히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일단은 법무법인에 입사해서 일을 배우고 전문가의 길을 걸어야겠죠"라는 한지선 씨.

역경을 딛고 결실을 맺은 만큼 지금의 성공을 더 소중히 키워가겠다고 다짐하는 두 사람. 세대가 흐를수록 고향에 대한 유대감은 점점 옅어져 가고 있지만 특유의 성실함과 근성은 여전히 살아 있음을 동준씨의 삶이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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