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게 일하고 적게 쓰지만, 큰 행복 누리는 대안공동체
상태바
적게 일하고 적게 쓰지만, 큰 행복 누리는 대안공동체
  • 김수연 시민기자
  • 승인 2017.07.18 14:39
  • 호수 5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천 `우리동네사람들` 마을운동가 정재원 씨
마을운동가 정재원 씨가 상주중학교에서 `공동체마을과 대안적 삶`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상주중에서 `공동체마을 만들기` 강연해

"함께 모여 살아가니까 소비는 줄고 삶의 질은 높아졌어요"
마을운동가 정재원 씨가 말했다. 인천 검암 청년주거공동체 `우리동네사람들`(이하 `우동사`)의 전 대표 정재원 씨가 지난달 21일 상주중학교(교장 여태전) 청암교육관에서 `공동체마을과 대안적 삶`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경남 산청간디학교 2기 졸업생인 그는 학생, 교사, 학부모, 상주면 주민 등 약 10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청년 공동체마을 `우동사`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놓았다. 

청년 6명이 시작, 지금은 30여 명
`우동사`는 귀농귀촌을 꿈꾸던 청년 6명이 2011년 9월 인천 서구 검암동의 한집에 사는 것으로 시작했다. 공동체생활 7년째인 지금, 다세대주택 다섯 집에 30여명이 살고 있다.

몇 달 동안, 같이 영화도 보고 산행도 하면서 함께 사는 재미에 푹 빠졌다. 금세 위기가 찾아왔다. 불편하거나 서운한 감정들이 쌓이기 시작한 것이다. 위기를 견디게 한 건 밥상모임이었다. 함께 음식을 준비하고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도 깊어졌다.

처음에는 전세로 살다가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위해 집을 구입했다. 구입비용의 절반은 개인 출자금으로 모으고 절반은 은행대출로 충당했다. 매달 대출원금과 이자는 나누어 내고 있다. 자연스레 공동주거를 이뤘는데, 청년 주거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면서 `우동사`는 그 대안적 모델로 언론에 소개가 됐다.

`백수` 늘어나는데도 행복한 공동체
정재원 씨는 함께 해온 동료와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았다. 대부분의 도시 생활에서 육아는 개인의 몫이지만 여기서는 함께 키운다. 아내가 밥을 먹거나 일을 하면 이웃이 아이를 먹여주고 재워주고 놀아준다.

`우동사`에서 모여 산 지 6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백수`들이 늘어난 것. 백수가 된 이들 중에는 꽤 괜찮은 조건의 직장인도 있고 안정적인 교육공무원도 있었다. 그런데 왜? 답은 명쾌하다. 행복해지고 싶어서! 주거가 안정되고 생활비가 줄어들자 돈을 벌기 위해 억지로 일을 하지 않아도 된 것. 대신에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현재 출퇴근하는 직장인은 7명 정도, 나머지 20여 명은 디자이너, 목수, 비영리단체 활동가, 정당 활동가, 소설가에 영화배우도 있다. 대부분 수입은 최저수준이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서 만족도는 높다. 동네에서 일하고 싶은 몇몇은 수제맥주집을 열었다. 집에서 400미터 떨어져 있다고 이름이 `커뮤니티 펍, 0.4km`이다. 낮에는 독서 모임 같은 다양한 모임이 열리고 저녁에는 수제맥주를 판다. 작은 음악회, 악기 배우기, 그림 그리기, 수공예품 만들기, 영화 상영, 주말 벼룩시장 등으로 갈수록 쓰임새가 많아지고 있다.

정재원 씨는 강화도의 사회적 기업 `콩세알` 서정훈 대표 도움으로 그 지역 버려진 논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다. `논데이`라는 이름으로 4년째 쌀농사 체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공동노동 품앗이를 했다. 아직 농사로 수익을 내기는 어렵지만 몇 년 안으로 농사로 일자리를 만드는 게 정재원 씨의 꿈이다.

우리 시대 청년들이 찾은 `좋은 삶`
`우동사`는 단순한 공동주거를 넘어 좋은 삶을 추구하는 실험공동체다. 구성원들은 적게 일하고 적게 쓰지만 많이 누리는 행복한 삶을 꿈꾼다. 나누고 채워주며 어울려 살기에 상상할 수 있는 목표다. 실제로 소비는 줄었지만 삶의 질은 높아졌다.

`우동사`에서는 누가 회사를 그만두면 축하 파티를 해준다고 한다.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도 동네 안에서 친구들끼리 해결한다. 일본어 공부하고 싶으면 학원 대신 일본어 잘하는 친구한테 배우고, 따로 살면 다 사야 하는 물건도 서로 공유할 수 있다. 관계망이 회복되면 삶의 많은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것이다. `우동사`의 핵심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좋은 관계망이다.

대안교육 1세대인 정재원 씨는 대안교육 특성화중학교인 상주중 학생들에게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혼자 힘으로, 개인의 뛰어난 능력으로 삶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웃과 주위 사람들과 함께 고민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대안이 될 것입니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