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하서은, 호른과 사랑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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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하서은, 호른과 사랑에 빠지다
  • 전병권 기자
  • 승인 2018.01.04 10:58
  • 호수 5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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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트로 시작해 호른 불다 선화예고 수석 합격에 빛나는 실력파 읍 하형수·박소애 부부 장녀
호른을 부는 하서은(오른쪽) 양과 피아노를 치는 아버지 하형수(왼쪽) 씨가 함께 협연하는 화목한 순간이다.

다른 금관악기에 비해 음색이 온화하고 부드러워 오케스트라에서 전체 악기의 소리를 모으고 감싸는 역할을 한다. 이 악기는 다름 아닌 `호른`이다. 주위에 유명한 금관악기인 색소폰, 트럼펫과 목관악기인 플루트, 클라리넷 등 악기들에 비하면 `호른`은 비교적 덜 대중적이다. 특히 관의 길이가 매우 길어 깊은 울림을 지니지만, 깨끗하고 정확하게 연주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악기이기도 하다. 연주도 어렵고 주위에서 찾아보기 힘든 호르니스트. 2002년생 이제 17세가 되는 호르니스트 음악소녀 하서은 양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 플루트 불며 오케스트라 입문

하서은. 그녀는 음악 천재이긴 한가보다. 하서은 양의 본격적인 음악 역사를 보면, 어머니가 권유해 남해초등학교 윈드오케스트라에서 2학년 때부터 5학년까지 호른이 아닌 플루트를 불던 학생이었다. 물론 그 또래 중에서도 실력적으로 뛰어났다고. 플루트를 불던 소녀가 호른에 입문한 계기는 따로 있었다.

♪ 호른을 만나다
오케스트라를 하다보면 많은 악기들을 마주하기 마련이다. 그 와중에 서은 양 귀에 꽂힌 호른 소리. 서은 양은 "너무 어린 나이부터 플루트라는 악기를 불어서 그런지 매너리즘에 빠지고 있었다. 그 와중에 제게 다가온 것은 호른이었다. 호른은 금관악기 중 중음을 담당하고 있어서 화성(하모니)을 채워주는 중요한 역을 한다. 또 독주곡 연주 등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는 매력적인 악기다"고 호른 입문 계기를 소개했다.

♩ 음악인생 8년차
많은 콩쿠르에서 입상과 무대를 경험이 많은 서은 양은 농어촌청소년오케스트라(KYDO)에 소속돼 2015년 8월 13일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광복 70주년 기념 공연` 무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그녀는 세계적인 지휘자 금난세 예술감독이 이끄는 공연에서 150여명 중 참여해 한 명으로 당당하게 연주했다. 

서은 양의 음악적 취향은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와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영화 해리포터 O.S.T 등을 좋아하는 감수성 넘치는 소녀다.

진지하게 호른 독주를 선보이는 서은 양.

♭ 음악 인생 2막
선화예고 수석입학
대한민국에서 클래식 예술을 다루는 명문 예술고등학교를 꼽자면 세 가지로 꼽을 수 있다. 서울예술고등학교와 경기예술고등학교 마지막 하나는 선화예술고등학교다. 셋 다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연주예술가들을 배출하는 학교다. 서은 양은 두 학교 중 선화예고를 선택했다. 그것도 수석합격으로 말이다. 

합격 소식을 동료 호르니스트 친구가 알려줘서 처음 들었을 때 서은 양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그것도 수석합격이라는 소식에 더욱 믿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과를 확인할 뒤 "눈물이 날 정도로 좋았고 특히 가족들이 기뻐해서 감동은 두 배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11월 3일 시험 당시 모짜르트 4번 호른 협주곡을 연주했던 서은 양은 "모짜르트는 참 어려운 존재다. 음악적으로도 어렵지만 너무 많이 연습했고 입시 곡으로 결정한 순간부터 그와는 뗄 수 없는 늘 함께하는 존재였기 때문이다"고 입시를 위한 스트레스를 느낄 수 있었다. 
선화예고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서은 양은 "남해를 떠나 서울(선화·서울예고)과 부천(경기예고) 두 지역 중 하나에서 생활을 해야 하는데, 연고도 없을뿐더러 비용도 많이 들기에 여자 기숙사가 있는 선화예고를 선택하게 됐다"고 이유를 밝혔다. 

# 제2의 수식어 아닌
제1의 호르니스트 하서은으로

오는 3월이면 서울에서 가족과 떨어져 기숙사 생활을 할 서은 양. 그녀는 대한민국 최고의 호르니스트인 김홍박 교수에게 배우고 싶다고 밝혔다. 그녀는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하는 꿈은 물론 무엇보다 훌륭한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서은 양은 끝으로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 앞으로 갚을 빚이 많고 죄송하고 또 감사하다고 전했다. 또한 호른 연주자의 길을 걷게 해준 윈드오케스트라 지휘자인 정필원 선생님과 신용민, 김형일 선생님 등에게 고맙다"고 꼭 인사하고 싶다고 당부했다.

아버지 하형수 씨 이야기
늘 연습과 공연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는 부모로서 안타까웠다고. 하지만 형수 씨도 소싯적 음악가의 꿈을 꿨기 때문에 경제적인 여건이 힘듦에도 불구하고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둘째 딸과 막내 딸까지 클라리넷과 타악기를 배우고 있어 부부의 책임감은 두 배 세 배에 달한다.

음악을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하는 형수 씨와 아내는 "비록 서은이가 떨어져서 생활하지만 꿈을 끝까지 이룰 수 있는 버팀목이 되고 싶다. 힘들 때는 힘들다고 표현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플루트부터 호른까지 안내하고 지도한 정필원(왼쪽) 원장과 서은(오른쪽)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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