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더불어 함께 행복한 마을공동체의 기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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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더불어 함께 행복한 마을공동체의 기초
  • 남해타임즈
  • 승인 2018.12.10 16:06
  • 호수 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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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교육청 마을학교 담당자 일본연수기③
이 종 수
동고동락협동조합
교육사업팀장

연수 넷째날인 10월 26일 먼저 오전에는 효고현 사립 백합여자중·고등학교를 방문했다. 솔직히 이번 일본연수에서 가장 별로(?)였던 방문지였다. 입학금이 500만원이고 월 50만원의 수업료가 있는 카톨릭계 사립학교로 공교육 혁신과 마을교육공동체 탐방의 성격과는 맞지 않는 곳이었다. 더구나 학교교육과정에 대한 설명보다는 학교시설탐방 중심으로 이뤄져(시설은 너무 좋았던) 나중에 메모지를 보니 적혀있는 것이 없었던 유일한 방문지였다.

오후에는 고베 시립 혼조 소학교(초등학교)를 방문했다. 오전 실망감을 메워준 참으로 인상적인 학교였다. 다른 시립학교와 마찬가지로 시설은 낡았지만 공간은 깔끔했다. 30명이 넘는 손님이 왔음에도 1회용 컵이 아닌 전통찻잔에 받침까지 해서 차를 대접하는 정성을 보였다.

교장선생님의 개략적인 학교 설명이 있었다. 학교의 교육목표는 여럿이 함께! 서로에게 배우며, 서로를 지지하며, 서로를 빛내줄 수 있는 아이로 키우자!

95년 고베대지진 당시 바로 학교 앞까지 쓰나미가 몰려와 학교가 위기에 처했었고, 당시 학생과 학부모, 학교가 같이 피해복구 활동을 통해 함께 한다는 의미를 깨달았고 지금도 한 아이도 놓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지진대비 방재훈련을 주기적으로 시행하며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학교설명을 간단히 마치고 3, 6학년 전체 학생의 합창과 합주공연 관람을 위해 강당으로 향했다. 3학년의 합창에 이은 미션 임파서블 사운드트랙 합주공연, 6학년의 합창과 드보르작 교향곡 9번 신세계 4악장 합주로 이어진 공연은 그야말로 멋진 하모니를 이루었다. 음악 동아리가 아닌 전체 학생이 이런 멋진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공연이후 학생들의 수업참관과 운동장에서 뛰어놀고 있는 학생들과 만남이 이어졌다.

이 곳을 돌아보면서 문득, 후쿠이현 시립 안거중학교 학교공간의 변화 실험이 떠올랐다. 안거중학교는 모든 것이 네모난 학교 공간을 모두 둥근 형태로 바꾸고(칠판과 책상도) 교실에는 칸막이조차 없다. 사각은 상하관계와 서열을 분명히 해주지만, 곡선과 원형은 동등한 위치를 나타내어 자유롭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해주고 또한 교실 벽이 없으므로 인해 일명 `Cocktail Party Effect(시끄러운 파티장의 소음 속에서도 자신에게 의미 있는 정보에 집중하는 현상을 말함)` 옆 교실에서 들려오는 소음 속에서 자신에게 의미 있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선택적 지각(Selective Perception)을 통해 집중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소음이 완벽히 차단된 공간이 배움에 도움이 된다는 우리의 일반적 상식을 뒤집는다. "배움은 집중하여 관찰하는 힘"을 키우는 것이라는 어느 교수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혼조 소학교를 마지막으로 이번 연수의 공식일정이 마무리 되었다.

4일 동안 총 8개의 기관을 방문하는 일정과 당초 6월에 기획되었던 연수가 10월로 연기되며 방문기관의 변경(후쿠이지역 학교 방문 무산), 교육전문가가 아닌 통역자 문제 등으로 좀 더 심도있는 연수가 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일본의 다양한 지역의 교육현황을 살펴보면서 우리의 공교육 혁신과 마을교육공동체 구축에 의미있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는 기회였다.

어쩌면 현상만을 본 것 일 수 있지만 내 나름의 느낀 바를 정리해 본다.

1. 일본의 각 지역은 로컬에듀(Local-Education)가 교육의 중심이 되었다는 느낌이다. 즉 교육의 목표가 국가를 위한 인재양성을 목표로 하는 소수의 엘리트교육 중심이 아니라 지역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하는 모두를 위한 교육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획일화된 교육방식이 아닌 지역이 보유하고 있는 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2. 이러한 교육목표를 위해 수업의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다. 주입식-경쟁교육이 아닌 토론식-협업수업을 지향하고 `배움의 공동체 수업` 등 연구수업과 이러한 혁신을 이뤄낼 교사의 양성을 위해 힘쓰고 있다.

3. 지역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학교와 마을을 연결하고 있다. 배움은 학교뿐 아니라 지역의 어른들을 통한 다양한 삶과 일터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4. "교육이 살아야 마을이 산다" 후쿠이현 사례에서 보듯이 학교와 마을은 함께 묶여있는 운명공동체이다. 지역을 살리려면 지역교육을 살려서 지역의 인재를 키워 지역경제의 발전에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교육의 혁신과 발전은 지자체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5. 궁극적으로 학교는 더불어 함께 행복한 마을공동체의 기초이다.

※남해시대신문에 원고를 보내준 이종수 동고동락협동조합 교육사업팀장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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