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청사 신축, 과정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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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청사 신축, 과정이 중요하다
  • 남해타임즈
  • 승인 2019.01.31 17:44
  • 호수 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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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보 름
루나의 마음상담소
디자인공작소 운영

지금의 남해군청은 아주 오래된 건물이다. 1959년에 지어졌다고 하니 이미 환갑이다. 그간 군청 방문 때마다 각 과의 배치와 동선이 어수선하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고, 협소하기 그지없는 군청 안팎 주차 공간이 가장 불편했다. 읍 한가운데 있어 접근성이 좋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랄까.

지난해 국토교통부 `공공건축물 리뉴얼 4차 선도사업 공모`에 남해군청이 선정되면서 올해 현 청사 확장 혹은 이전 신축 문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인 흐름을 타고 있다. 청사 부지 해결 과제가 남해의 오랜 숙원사업인 만큼 조례 제정과 건립 기금 설치가 시작된 지난 2001년부터 2018년까지 확보한 예산도 500억을 훌쩍 넘어섰고 국토교통부의 지원을 합친 막대한 총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해 들어 10개 읍면을 차례로 돌며, 군민과의 대화를 통해 군 청사 이전·신축 사업에 대한 의견을 수렴 중인 군 당사의 계획으로는 오는 2020년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군수 임기를 염두에 두고 있긴 하지만 무리해서 성급하게 진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어떤 예산이든 꼭 필요한 곳에 잘 쓰기 위한 노력만큼 중요한 게 없음에도, 지자체, 공기관 등의 졸속 예산 뉴스들이 전혀 새롭지 않고, 떨어질 대로 떨어진 예산 집행 신용도를 높이기가 요원해 보이는 이 나라 현실을 감안하자면 군민 모두가 끝까지 지켜봐야 할 중요한 사안이다.

남해군청사 부지 검토 보고영상을 찾아보니 총 여덟 곳이 후보지로 나온다. 유배문학관 부지부터 공설운동장, 남해초등학교, 남해중학교 동편, 보건소 앞과 뒤, 읍 초입 한국전력공사, 현 청사 부지 확장 공사 안까지 각 후보지의 장단점을 비교적 알기 쉽게 정리했다.

군민으로서 바라본 중요 기준점은 장충남 군수 취임 기간 중 과연 언제 어느 곳에 첫 삽을 뜨느냐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합리적 예산과 현실성의 조합이 가장 큰 관건이며 충분한 군민 의견 수렴 여부가 최고 난이도의 과제일 터이다. 수백억 세금이 드는 사업인 만큼 최종 합의안을 도출하기 위한 섬세하고 신중한 과정은 필수불가결이다. 그 이후 과정도 험난하다. 

현 청사 외 다른 건물 부지 이전 안들 중에서는 기존 건물 이전을 위한 추가 예산 발생(유배문학관 이전 약 160억 추정, 공설운동장 이전 약 300억 추정 등) 여부가 눈에 띈다. 남해초등학교 부지 이전 안은 현실성이 너무 떨어지고, 남해중학교 동편, 보건소 앞뒤 부지는 기존 건물이 없는 대지라는 점이 강점이지만 군민 접근성 확보, 도심상권 개편과 활성화 과제가 결코 가볍지 않다. 추가 예산 고민, 예산 낭비 가능성이 그나마 적은 방법은 현 청사 부지 확장 공사 안으로 보인다. 물론, 공사 중 문화재 발굴 관련 문제, 청사 입구 주변의 협소함 해결 난제가 또 남는다.

어쩌면, 지난해 11월 `지역에너지전환과 경상남도의 과제` 남해 강연 내용에서 이 중요한 사업의 올바른 진행 방향에 대한 단서를 잡을 수 있을지 모른다. 녹색전환연구소 이유진 박사는 신재생에너지 선진국 덴마크의 친환경 에너지자립 탄소 제로 섬 `삼소`의 풍력발전소 답사 경험을 예로 들었는데, 삼소 사람들은 풍력발전 전문가의 추천부지 제안을 경청하되 다각도의 입장에서 발전소 부지 선정에 신중을 기했다. 발전소 건립 전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끝까지 고민했고, 그 결과 선정된 최종 부지는 풍력발전 최상 조건 추천지가 아닌 다른 곳이었다. 그들은 발전소 부지 선택 기준의 0순위를 발전소 건립 자체가 아니라 섬 주민의 `눈높이`에 두었고, 추천지보다 사업적 이득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풍력발전소와 함께 살아가야 할 자신들의 만족도를 최우선 과제라고 판단했으며, 그 `과정`은 주체적이고 합리적이었다.

남해군 청사 리뉴얼은 막 돌기 시작한 톱니바퀴다. 톱니들이 늘 들어맞을 수만도 없고 불량 톱니가 발견되거나 기름칠이 부족해지는 등 수많은 과제를 만날 것이다. 명분이 확실한 문제라고 해도 강압과 편법 없이, 속도감에 매몰되지 않는, 군민 모두의 신중한 토론과 참여가 우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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