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는 고려대장경 판각지… 목판인쇄술 성지로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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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는 고려대장경 판각지… 목판인쇄술 성지로 만들어야"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9.06.24 12:23
  • 호수 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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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대장경판각지 성역화 앞장서는 고려대장경판각성지보존회

대장경을 말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해인사 고려대장경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빛나는 문화유산이다. 하지만 고려대장경의 판각지가 남해라는 사실은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1993년 불교방송과 KBS에서 판각지로 추정되는 남해군 고현면 일대를 집중 취재해 일연스님과 판각지인 남해분사도감의 관계를 밝히는 특집다큐를 방영, 대장경 판각지 남해가 전국에 알려지는 계기가 마련됐다.
이후 남해군은 전 선원사지, 백련암지, 망덕사지 등 고현면 일대 발굴조사를 실시해 기존 정설이던 인천 강화 선원사지 판각설을 일부 뒤집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대장경 남해판각지에 대한 확증이 부족해 그동안 별다른 움직임이 이어지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가 2015년 남해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고려대장경 판각성지보존회(초대회장 정평주)가 설립됐고 2018년 취임한 김정렬 2대 회장은 남해 대장경판각지성역화 사업에 다시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본지가 고려대장경판각성지보존회 김정렬 회장, 김봉윤 부회장, 김효준 사무국장을 만났다. <편집자 주>

 

왼쪽부터 김봉윤 부회장, 김정렬 회장, 김효준 사무국장.

남해 팔만대장경판각성지보존회를 먼저 소개해 달라 ^ 1990년대 초반에 남해는 고려대장경을 판각했던 판각 성지로 처음 알려지기 시작했다. 고려대장경판 중 종경록(宗鏡錄) 27권 간기에 `정미세고려국분사남해대장도감 개판`(丁未歲高麗國分司南海大藏都監 開板)이라고 표기되어 있는데, 이는 남해에서 대장경을 만들었음을 구체적으로 표기한 기록이다. 대장경 판각과 관련해 지명이 표기된 건 남해가 유일하다.
 불교국가였던 고려는 불교 신앙으로 국난을 이겨내고자 대장경 판각 작업을 진행했다. 초조대장경은 거란 침입에 대응해 1011년부터 1087년까지 제작됐는데 몽골침입으로 1232년(고종19년) 불타 없어졌다. 당시 집권자인 최우(崔瑀)는 서울이던 강화도에 대장도감을 두고 남해에 분사대장도감을 설치해 1236년(고종23년)부터 1251년(고종38년)까지 16년 동안 다시 대장경을 판각했다. 재조대장경인 이 대장경은 8만1258장에 앞뒤 양면 16만2516면에 약 5200만자의 글자가 새겨져 있다. 팔만대장경으로도 불리는 이 대장경이 현재 우리에게 남아 있는 고려대장경이다.
 이 고려대장경 판각에는 집권자 최우의 처남으로 하동출신인 정안(鄭晏)이 남해에 터전을 잡고 분사남해대장도감 설치와 판각작업을 주도했으며, 삼국유사의 저자인 보각국사 일연이 정안의 초대로 1249년부터 1251년까지 남해 정림사 주지를 맡아 대장경 판각에 참여했다. 고려대장경은 산벚나무, 돌배나무 등을 가공한 목판인데, 이 나무들은 남해에서 많이 자란다.
 호국불교의 상징인 `고려대장경`을 조성했던 판각지 남해를 판각성지로 보존하고 알리기 위해 2015년 고려대장경판각성지보존회가 창립됐다. 지금은 고현면 주민들 중심으로 많이 활동하고 있으며 회원수는 60명 정도다. 누구나 입회할 수 있다. 귀촌인과 외지 사람들 20여명 있다. 일반회원 회비는 없다. 특별회비 형식으로 걷거나 체험행사의 체험비, 군 지원금, 후원금 등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간의 활동을 소개해 달라 ^ 2015년 보존회 설립 후 같은 해에 `고려대장경 판각의 비밀을 풀다`라는 주제로 학술토론회를 개최하고 2016년에 룗고려대장경 판각자료집룘을 발간했다. 그리고 2018년 김정렬 회장이 취임하면서 고려대장경 판각지 성역화사업을 추진하고 관광자원화 학술 심포지엄을 여는 등 다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또 일반 대중들에게 대장경 판각성지 남해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축제에서 판각시연 및 서각체험 행사를 열고 역사문화탐방을 하고 있다. 2018년에는 `대장경의 발원지, 남해를 거닐다`라는 주제로 고현 탑동-대사-관당-오곡-선원마을 걷기행사를 개최했고 올 4월에는 `일연선사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경북 군위군 삼국유사테마파크와 인각사를 탐방하는 역사문화순례를 했다.
 
고려대장경판각지 성역화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 행정과 학술 양 측면에서 진행하고 있다. 남해군이 120억 규모의 성역화사업을 계획, 신청하고 있는데 그 주요 내용은 판각 전시관, 발굴조사 체험장, 농산물 판매장 설치 등이다. 그런데 작년부터 올해까지 경남 투·융자 심사에서 콘텐츠 부족, 낮은 접근성, 현실적 관리·운영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계속 탈락하고 있다. 그래서 고현면 상봉로 154 일원이던 기존 사업부지를 폐교되는 고현중학교로 변경해 용역을 재발주했다.
 또 올해 11월에 2019 팔만대장경의 고향 남해학술심포지엄-`일연과 대장경 그리고 남해`를 개최할 예정이다. 고려후기 대사상가인 일연은 12년간 남해에 머물며 팔만대장경 판각에 참여했고, 룗삼국유사룘와 함께 유일하게 남아있는 룗중편조동오위룘를 남해에서 편찬하는 등 남해와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경북 군위의 인각사보각국사비에는 `정안이 사제(私第)를 희사한 남해 정림사에 일연을 주지로 청했다`는 구절이 새겨져 있어 일연과 남해와의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대장경문화학교 전문각수의 판각시연과 판각 관련 자료, 일연선사 관련 자료, 남해 판각지 관련 자료 등을 전시한다. 이 전시를 통해 판각도구, 경판제작 과정, 경판, 삼국유사, 룗중편조동오위룘 등의 인쇄본 경전, 유물·유적지 사진 등 일반인들이 쉽게 보기 어려운 자료들을 공개할 예정이다.
 

앞으로의 사업 방향은 ^ 우리 보존회는 이 사업이 단순 박물관이나 전시관 형태로 진행돼서는 안 된다고 본다. 800년 전 대장경을 지금 살아있는 우리의 대장경으로 만들어야 한다. 분사대장도감의 기능을 현대적으로 부활시켜 대장경판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나무로 판을 만드는 목공 과정, 서예, 서각 과정, 책을 만들기 위한 제지(한지) 과정, 경판 손잡이 부분을 금속으로 물리는 금속공예 과정이 함께 복원돼야 한다. 또한 대장경문화학교에서 양성한 300여 명의 각수들이 전국 각지에 있다. 이중 숙련된 전문 각수들을 남해에 불러모아 유실된 해인사 경판과 룗삼국유사룘 등 고전 경판을 고려시대와 동일한 방식으로 복원하는 것이 목표다. 또 일상적으로는 지역 주민의 삶하고 연결시키기 위해 대장경 판각지 남해에 대해 관심을 가진 군민들과 함께 꾸준히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남해의 숨겨지고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사실들을 찾아나가려고 한다. 남해가 목판인쇄술의 성지임을 밝히고 그와 관련된 콘텐츠, 우리 삶과 연관되는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김수연 기자 nhs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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