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상주가 꿈틀거린다, 교육마을공동체가 꽃핀다
상태바
남해상주가 꿈틀거린다, 교육마을공동체가 꽃핀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9.07.19 16:19
  • 호수 6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주교육마을은 어떻게 생겨났나

남해 상주가 꿈틀거린다. 사람들은 최근 몇 년간 남해 상주에서 뭔가 새롭게 태어나는 역동적인 꿈틀거림을 느낀다. 마을을 오고가는 학생들이 늘어났고, 귀촌 가정도 늘어났다. 인구소멸 위기인 남해군에서 상주만이 유일하게 인구증가가 일어났다. `마을`과 `교육`을 화두로 내세운 활동이 활발하다. 대안교육 특성화학교 상주중학교, 귀촌 학부모들이 중심이 된 남해상주동고동락협동조합이 중심이 되어 상주교육마을이 만들어지고 있다. 

 

경남 최초 대안교육 특성화학교 상주 변화의 원천 돼
① 상주중학교

2016년 경남 최초 대안교육특성화중학교로 출범한 상주중학교(교장 여태전)는 올해로 4기 입학생 30명을 받고 대안교육의 정착을 향해 순항중이다. 상주중학교의 변신을 설계하고 실현한 여태전 교장은 2014년 부임한 당시부터 이미 상주와 남해에 `행복한 교육마을`과 `교육공화국`을 세우겠다는 큰 구상을 하고 있었다. 학생, 교사, 학부모의 교육3주체가 `담쟁이`처럼 느리더라도 `여럿이 함께` 손잡고 나아가 학교교육을 바로세우고 마을 안에서 주민들과 함께 교육공동체를 이루는 일에 물심양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하여 귀촌 학부모 10가정이 주축이 된 동고동락협동조합의 창립, 상상놀이터 운영, 상주초등학교와의 교류와 소통, 상주엄살롱 지원 등 기회가 될 때마다 참여하고 도움을 줬다.
올해는 동고동락협동조합의 도움으로 학교협동조합 무지개(이사장 조용순 교감)를 창립해 중학생 청소년들이 교내 매점 및 카페 운영 등으로 건강한 경제개념과 상부상조의 정신을 키워가고 있다. 특성화 4기가 입학한 올해까지 자녀 교육을 위해 학부모 15가정이 귀촌했다. 이들이 동고동락협동조합과 함께 상주교육마을 실현의 중심축이 되고 있다. 상주중학교로부터 촉발된 교육귀촌이 상주를 꿈틀거리게 하고 있다. 


`더불어 행복한 마을공동체` 위해 2017년 창립
② 동고동락협동조합

2017년 4월 상주중학교 학부모와 주민이 `더불어 행복한 마을공동체`를 표방하며 남해상주동고동락협동조합(이사장 안병주)을 창립했다. 창립에 앞서 지역 농수산물 생산자와 도시 소비자를 연결하는 달달공동구매 사업을 펼쳤고, 창립과 동시에 협동조합 사무실이자 지역 어린이·학부모 사랑방인 `상상놀이터`를 열어 상주초·중학교와 연대사업을 벌여왔다. `마을-학교-주민`을 연결하며 공존의 삶을 추구하는 동고동락협동조합은 지속가능한 마을을 위한 경제적 자립과 교육공동체 만들기에 힘을 쏟고 있다. 조합원들은 상주물메기·해돋이축제, 두모마을 유채꽃축제, 미조멸치축제 등 지역 행사에 참여했으며, 지난해에는 플리마켓 은모래장터를 열어 상주주민들과의 화합을 모색하기도 했다. 최근엔 주민과 함께하는 마을길산책모임을 통해 상주지역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있다. 지난 6월 지역 커뮤니티공간이자 식당인 동동회관을 열었다.
교육사업으로는 `보물섬어린이캠프`를 비롯한 계절학교 운영, 상주중 학부모연수를 위한 숙박, 식사, 교육 프로그램 제공, 상주중 학교협동조합인 무지개협동조합 컨설팅 등을 진행했다. 2017년 11월 상주초·중학교 교사들과 함께하는 상주마을교육공동체를 꾸려 2주마다 책읽기 모임을 갖고 행복한 교육마을을 위한 학습과 토론을 진행해왔다. 지난해 진행한 `우리마을인문학특강`은 조한혜정 교수를 비롯한 유명 마을운동가들의 강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현재 조합원수는 180여 명으로 대의원총회가 가능해지는 200명이 머지않았다.
 

행복학교 지정, 학생자치·지역연대 활동 강화
③ 상주초등학교

상주초등학교(교장 안영학)는 올해부터 2022년까지 경남형 혁신학교인 행복학교로 지정됐다. 경남교육청으로부터 4년간 최대 6천만원의 지원을 받아 자율적 교과운영이 가능해졌다. 상주초 교사들은 상주마을교육공동체연구회, 상상놀이터 일상활동과 방학 캠프 지원, 가족한마당 운동회, 아이들이 주도하는 너나들이 다모임과 동아리, 5~6학년 학생들이 스스로 계획하는 수학여행 등 학생 자치와 지역연대 활동을 크게 강화했다. 작년부터 학부모 다모임을 활성화시켜 전체 학부모 3분의 2 이상이 상시 참여하고 있으며 학부모 독서동아리 상주캐슬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학부모들도 학교 도서관 도서정리, 캠프 참여 등 자발적 봉사활동을 늘려가고 있으며 올 겨울방학에는 연계돌봄 및 문화 프로그램 등에 학부모가 마을교사 형태로 참여할 예정이다.


어린이 돌봄공간으로 학부모·주민 호응 높아
④ 상상놀이터

2017년 동고동락협동조합이 창립하면서 상주초등학교 앞 상가를 임대해 마련한 조합 사무실이자 지역 어린이 돌봄공간이자 주민 사랑방이다. 마을주민들이 일주일에 두 번 자원봉사로 상주 어린이들에게 놀이, 음악, 미술, 요리, 보드게임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간식을 나눠먹는다. 일주일 정도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방학캠프를 진행하고 연말 송년잔치 등 즐거운 이벤트도 연다. 상주중학생들이 `동고동락` 봉사동아리를 조직해 매주 두 번씩 동생들과 만나 직접 짜온 프로그램을 2년째 진행하고 있다. 조손·한부모·맞벌이 가정이 많아 방과 후에도 돌봄이 필요한 상주 아이들에게 마을주민의 자발적인 돌봄이 이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상상놀이터에선 성인을 위한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꼼지락공예교실을 열어 마을주민들과 함께 아로마향초, 천연비누, 모기퇴치제, 면생리대 등 생활에 필요한 공예품을 만들고 마을행사를 논의하는 등 어른들의 일상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된다. 올해는 경남문화우물사업에 선정돼 상상놀이터 공간을 수리하고 곧 `사람책`, 선진지탐방 등 주민프로그램을 진행한다. 10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지만 상상놀이터는 문을 연 지 3년 만에 상주교육마을의 상징 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다. 

 

6월 개관한 식당·문화공간, 주민사랑방 기대돼
⑤ 동동회관

 동고동락협동조합은 창립 당시부터 지역주민과 일상적으로 만나고 다양한 교육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할 커뮤니티공간을 추진해왔다. 드디어 지난 6월 24일 상상놀이터 옆 건물을 임대해 `동동회관`을 개관했다. 동동회관은 `밥, 술, 사람`이라는 모토를 내걸고 점심과 저녁 식사, 차와 주류를 판매하며 공간대여를 통해 지역사랑방 역할을 한다. 식당이나 카페의 기능을 넘어 조합원·주민의 문화공간이자 휴식처, 모임장소로 활용되며 각종 소모임, 동아리, 인문학강좌와 공연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그 첫 번째 활동으로 7월 8일부터 3주에 걸쳐 매주 월요일 저녁에 `월요동동시네마`를 열고 있다. EBS특집 다큐 `인류세` 3부작을 함께 보며 인간이 지구에 미친 영향과 관계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교사·학부모·주민 학습모임, 지난해 `우인강` 화제돼
⑥ 상주마을교육공동체연구회

 2017년 11월부터 마을주민·학부모·동고동락 조합원과 상주초·중학교 교사들이 한 달에 두 번 교육·마을·인문학 관련 책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이다. 상주면이 행복한 교육마을로 거듭날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해왔다. 룗마을을 품은 학교공동체룘, 룗다시, 마을이다룘, 두려움과 배움은 함께 춤출 수 없다룘, 대안교육잡지 룗민들레룘 등이 이들이 함께 읽어온 도서 목록이다.
 이 모임에서 기획·주관한 `우리마을인문학특강(우인강)`이 지난해 9월 20일부터 10월 18일까지 상주면사무소 2층에서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라는 주제로 4회에 걸쳐 진행된 바 있다.
 남해 상주라는 국내 최남단 변두리 어촌마을에 조한혜정, 이민주, 윤미숙, 유창복 씨 등 내로라하는 국내 유명 강사진이 강연하고 남해와 경남 각지에서 강연을 들으러 많은 이들이 찾아오는 등 화제가 됐다. 올해도 나와 이웃, 지역과 세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강연을 기획하고 있다.      
 
학부모·주민 미술교실, 타지역에 초청전시도
⑦ 상주엄살롱

 상주엄살롱은 상주중 엄경근 미술교사의 지도로 열리는 미술교실 이름이다. 2018년 4월 25일 학부모·마을주민 12명이 상주중학교 미술교실에 모여 첫 드로잉 수업을 가졌고 이들은 1년 뒤인 올해 5월 10일 상주면사무소 2층에서 `상주엄살롱 1기 작품전`을 3주간 열었다. 재능 있고 헌신적인 미술교사, 당당한 교육주체로 참여해온 학부모와 지역주민이 만나 그림으로 교육공동체의 꿈을 꽃피운 작품전으로 화제를 모았다. 엄살롱 1기 작품전은 상주면 전시에 이어 현재 창원에서 `초청전시` 중이며, 거제에서도 전시회가 예정돼 있다.
 엄살롱 2기 모집에는 1기의 두 배가 넘는 27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상주중학교와 엄경근 교사는 이들을 모두 맞이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야기된 공간 문제는 조용순 상주중 교감의 노력과 지역사회의 협조로 해결됐다. 비어있는 상주신협 건물 2층 공간을 통째로 무상대여 받은 것. 이렇게 해서 1기와 2기가 나란히 그림 그릴 공간이 생겼다. 며칠 전엔 멀리 부산에서 엄경근 작가의 팬들이 엄살롱을 응원하며 40평형 에어컨을 협찬했다. 엄살롱의 기적은 계속되고 있다. 
 
학부모·주민 미술교실, 타지역에 초청전시도
꿈틀거리는 상주, 공존과 연대의 가치 보여주길

 상주교육마을에는 마을주민, 학교와 마을이 연계한 동아리, 소모임 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위에 소개한 것들과 함께 초중학생들로 구성되고 학부모와 교사가 지원하는 댄스동아리, 귀촌 학부모 재능기부로 진행하는 은모래발레교실, 마을길산책모임, 학부모독서동아리 상주캐슬 등이 쉼 없이 돌아간다.
 현재 상주에 들어온 귀촌인은 15가정이 넘는다. 이들이 동고동락협동조합과 상주초·중학교를 매개로 상주지역 사회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허나 아직까지도 이들과 상주 원주민들의 연대가 원활한 것은 아니다. 이들이 고립된 `섬`은 아니지만 마을원주민과의 접점을 더 많이 찾아야 하는 건 여전히 큰 과제다.
 이해관계가 얽히기도 하고, 문화다양성에 대한 인식의 차이도 드러난다. 연대와 공존을 대원칙으로 삼아 의견의 차이를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제 막 시작된 상주마을의 교육문화 생태계를 가꿔갈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필요하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