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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밥

기사승인 [664호] 2019.09.30  15:3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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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충국의 시대공감

요즘 음식을 만들어 먹는 티브이 프로그램이 인기다. 그중 유명연예인이 외국에서 식당을 열고 외국인에게 한식의 맛을 잘 전달해 호평을 받는 장면을 볼 때는 기분이 우쭐해지곤 한다.
많은 한식 중 빠지지 않는 메뉴가 비빔밥이다. 티브이 속 외국인이 젓가락을 제대로 쓰지 못해 재료가 비비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비빔밥을 먹으며 맛있다며 엄지를 치켜세우는 모습을 보면 비빔밥의 참 맛을 보여 주고픈 답답함마저 느껴지곤 한다.
배를 자주 곯았든 유년기에 놀러 간 친구 집이나 친척 집에선 맛있는 요리보다 밥을 그릇 가득 담아주면 더 큰 정을 느끼곤 했다. 어려운 시절 간혹 놀러 간 부유한 친구 집에서 점심을 해결할 때 작은 공깃밥은 허기를 채우기엔 부족했다. 양을 늘리려 대접을 부탁해 밥을 비빌 땐 된장이나 고추장을 일부러 많이 넣어 밥이 맵거나 짜다는 핑계를 대며 밥을 부탁해 양을 늘려 먹기도 했는데, 당당하게 밥을 부탁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부끄러움을 느끼곤 했다.
그런 경험은 허례와 체면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배는 고픈데 얻어먹으며 체면까지 세우려니 항상 둘 다 충족하지 못했고 주린 배와 상반되는 자존심과 체면은 많은 생각을 부르고 복잡한 사고는 마음에 생채기를 내곤 했다.
어느 날 같이 밥을 먹던 또 다른 친구가 친구 어머니에게 밥이 너무 맛있다며 너스레를 떨며 한 그릇 더 달라 했고, 그 어머니가 환히 웃으며 공기에 밥을 꾹 눌러 가득 담아주셨다. 그 때 그 친구에게서 당당함마저 느껴지며 멋있어 보였다. 부족한 부분을 들키지 않는 것이 자존심을 세우는 일이 아님을, 오랜 시간 되뇌고 의도적으로 고치려 한 후에야 당당하게 의사를 표현하는 자신을 만났다.
때때로 말을 포장하거나 에둘러 말하는 것이 본인의 인격을 지키고 상대를 보호한다. 생각이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일을 추진시키거나 편 가르기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 상대를 보호하고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표현의 포장이 필요할지 모르나 본인의 체면과 자존심은 포장하면 할수록 주변을 혼동케 할 뿐 지켜지는 것이 아님을 상기해야 한다.

남해타임즈 nhsd@hanmail.net

<저작권자 © 남해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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