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람들 마음을 울릴 수 있어 감동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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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사람들 마음을 울릴 수 있어 감동스러웠다"
  • 김미진 부산주재기자
  • 승인 2017.05.23 11:05
  • 호수 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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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향을 그린 시 `그리운 내 고향 정포리`와 `영원한 유산` 발표

인터뷰 | 류경자 시인

일상의 순간을 통해 사색하는 시인 류경자(56·서면 정포) 씨가 고향을 그린 시 4편을 발표했다. "도대체 남해모임이 왜 그렇게 많아요. 어제도 남해사람 모임, 저번 주에도, 내일도 또" 이번에 발표한 `영원한 유산`이라는 작품의 한 대목이다. 어렸던 경자 씨가 또 남해모임에 나간다는 아버지에게 한 이야기. 이 구절을 보자마자 미소가 띄어졌다. 향우회 활동을 하는 향우라면 자녀에게 이와 같은 말을 한번 정도는 들어봤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류경자 씨는 2005년 문학도시로 등단해 2016 영호남문학회 시 부문 작품상 수상했으며, 2016년 단상집 `서른쯤 어딘가에 앉아 커피를 마신다`를 발표했다. 지난 서면향우회 정기총회에서 직접 본인의 작품을 낭송해 행사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던 류경자 시인을 만나봤다.

 

2016년 출간한 류경자 시인의 단상집. 이 단상집에는 75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고향을 주제로 한 작품은 어떻게 쓰게 된건지 = 올 2월에 정포향우회 류금포 사무국장님이 요청하셔서 쓰게 됐다. 3월에 향우회 모임이 있는데 내가 정포마을 출신 시인이니까 고향에 관한 시를 한 수 지어달라고 요청하셨다.

8살까지 남해에서 살았다고 들었는데, 고향에 대한 추억이 많지 않아 글을 쓰는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 글을 쓰다보니 기억이 점점 떠올랐다. 8살까지의 추억으로도 충분했다. 가장 기억이 많이 나는 것은 4~5살 추억이다. 이때의 추억이 시에 가장 많이 담겨있다. 그리고 아버지(고 류정범)께서도 고향 정포마을에 묻히셨다. 잠깐 살았지만 정포마을은 나의 인생에서 매우 특별한 곳이기 때문에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이번에 발표한 작품을 소개해달라 = 이번에 발표한 작품은 `그리운 내 고향 정포리`와 `영원한 유산`이다. `그리운 내고향 정포리`는 `정자나무`,  `포구나무`, `뻥튀기`세가지 주제로 이뤄져 있다. 옛날 정포마을에 대한 추억이 그려져있다. `영원한 유산`은 아버지와 향우회, 그리고 내가 겪은 고향사람들에 대한 내용이다.

향우회에서 시낭송을 했을 때의 기분이 궁금하다 = 8년전 아버지께서 췌장암으로 돌아가셨다. 살아 생전 아버지는 향우회 모임마다 다 나가시면서 온갖 직책을 맡으셨었다. 그리고 그런 자리에서 노래하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셨다.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지금 할 수 없는 것을 내가 대신 할 수 있구나, 아버지가 섰던 그 자리에 내가 설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정포향우회에서 처음 시낭송을 할 때는 같은 고향사람들이라 더욱 귀기울여주시고 공감해주셨었다. `포구나무`를 낭송할 때는 우는 분도 많으셨다. 나의 글로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마음을 울려 감동스러웠고 뜻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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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구나무

그립다, 정기빡 우람한 포구나무
남자아이들은 포구로 딱총을 만들어
전쟁놀이를 하고 여자아이들은 포구나무 그늘에 모여 앉아
소꿉장난을 했던 놀이터

어른들은 모여낮아 바둑, 장기를 두고
상투를 틀어 망건을 쓴 어른들은
시조창을 부르고, 가르치기도 했던 / 마을 문화 교실

윗동네 아랫동네 마을 사람들 / 바다에서 바리를 해오다가
앞산에서 나무를 해 오다가 포구 나무 아래 짐을 부려 놓고 쉬며
고된 한숨을 퍼내던 쉼 터/ 멀리 도시로 갔다가 오던 사람도
도시소식 전해 주던 곳

소녀 여덟 살 먹어 부모님 손잡고 고향을 떠날 때 포구 나무,
친구와 헤어지듯 서운하게 바라보더라.
소녀 40여년이 훌쩍 지나 중년이 되어 찾은 고향 장의차에
아버지를 모셔 갈 때도/ 포구나무, 애처롭게 바라보더라.
그립다 정 많은 포구나무, 친구 같은 포구 나무
마을 한 가운데 흐르는 강물처럼 도도히 서서
사시사철 바람을 막아주던 내 고향 포구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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