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저마다 빛나는 별, 별난 사람들 공동체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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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저마다 빛나는 별, 별난 사람들 공동체를 꿈꾸다
  • 김수연 시민기자
  • 승인 2019.03.29 17:28
  • 호수 64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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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면 별난교육연구소 만드는, 정기영·정동철 부부
서울과 경기도에서 학교밖 청소년의 교사이자 보호자로 헌신해온 정기영(왼쪽)·정동철 동갑내기 부부는 남해군 이동면에서 세대통합 대안학교 `별난교육연구소`를 만들고 있다.

이동면 남해고등학교 앞 무림로에 비누공방이던 빈 상가가 있다. 낡고 허름한 공간이지만 여기서 정기영·정동철(45·이동면 석평) 동갑내기 부부가 남해 아동청소년과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의 교육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새싹을 틔우고 있다. 그 새싹이 별난교육연구소다.

오롯이 학교밖 청소년들과 함께한 15년
마을공동체 만들 꿈으로 4년 전 귀촌

대학에서 기독교교육학을 전공한 아내 정기영 씨는 20대 때부터 해체가정 청소년이나 비행청소년을 돕고 싶었다. 사단법인 들꽃청소년세상 소속 학교밖 청소년들의 대안학교 `들꽃피는학교`에서 교사생활을 했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다 보니 어릴 적부터 혼자 많이 놀았어요. 공허했죠. 대신 교회 선생님들의 사랑을 받았어요. 그 덕에 나도 한창 감수성 예민하고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꿈을 키웠습니다"

낮에는 경기도 안산의 대안학교 교사로 밤에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그룹홈 생활교사로 일했다. 그룹홈은 어려운 환경의 장애인, 청소년 등이 자립할 때까지 도와주고, 가족처럼 공동체 생활을 할 수 있게 만든 시설 혹은 활동을 일컫는다. 가정과 학교를 벗어날 수밖에 없었던 아이들의 언니이자 엄마, 선생으로 살았다. 열정 많은 20대 후반부터 10여년을 청소년들과 같이 지냈고 거기서 남편도 만났다. 

40대가 된 부부는 4년 전에 이곳 남해 이동면으로 귀촌했다. "이전까지 힘껏 살았는데 40대 초반이 되니 인생의 근본적인 것을 많이 묻게 되더군요. 어떻게 살지 고민하다가 이주를 결심했지요" 남해는 정기영 씨 아버지의 고향이자 할아버지의 터전이다.

남편 정동철 씨는 마을공동체를 만들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고 한다. 그 꿈을 조금이라도 빨리 이루려고 6개월 먼저 내려왔다고. "막상 내려와 보니 직업병인지 남해 청소년들이 궁금하더군요." 그래서 검정고시 지도도 하고 남해군 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주관하는 찾아가는 동반자 상담사 활동도 했다. 면 지역 전체를 돌면서 아이들을 만났고 그들의 가정환경이나 처한 어려움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구상한 것이 바로 별난교육연구소다. 이름은 교육연구소지만 그 안에 상담소, 작은 도서관, 복합문화공간이 들어설 예정이란다.

별난교육연구소는 세대통합 대안학교
상담소, 도서관, 복합문화공간도 구상

"지역아동센터들도 돌아봤지만 남해에는 노인도 많고 결국 세대통합적인 대안학교를 만드는 게 옳다 싶었어요. 장애인, 아동청소년,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어울려서 만들어가는 가족 같은 공동체인 거지요." 정동철 씨의 말이다. 이들 부부와 마음을 나눈 학부모와 주민들이 별난교육연구소 운영위원으로 참여해 큰 힘이 되었다.

"`별나다`고 하면 튄다, 유난 떤다 등의 부정적 어감이 강해요. 공교육에서 이탈하거나 어려움을 호소하는 아이들, 가정환경이 어려운 친구들도 저마다 고유한 별과 같은 모습이 있어요. 사실 모든 개인이 별난 면이 있는데 인정하지 않지요. 모든 아이들을 여러 개성과 고유한 성향으로 봐주고 싶어요." 

두 사람은 일반 아이와 별난 아이 구분 없이 모든 아이들을 위한 교육문화공간을 만들고 싶다. 다문화가정이든, 저소득이든 누구나 와서 놀면 된다. 

"벌써 토요일마다 운영하고 있어요.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본다든가 보드게임 등 놀이문화활동도 소소하게 하고 수요일마다 운영위원회도 합니다" 

교육기관으로서 인재양성도 강조한다. "도시가 아닌 농산어촌에서도 인재가, 사회의 리더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우리 사는 세상을 더 좋게 만들려는 변화의 주체로 아이들을 키우고 싶어요. 거기에 교육의 초점을 맞추려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저마다 삶의 자리에서 체인지메이커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부부는 올해를 준비 기간으로 삼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별난교육연구소를 운영할 생각이다. 언젠가 백창우 시인이 적어준 `작게 낮게 느리게`라는 글귀를 마음에 새기고 있다고. 이곳에선 바로 이 마음이 필요한 것 같단다. 별난교육연구소도 너무 잘되지도 말고 작지만 낮고 섬기는 마음으로 느리고 우직하게 여럿이 함께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부부는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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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남 2019-03-29 18:34:07
정말 대단하시네요~~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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