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서울공화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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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서울공화국인가
  • 남해타임즈
  • 승인 2023.12.08 11:20
  • 호수 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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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칼럼니스트
이  현  숙칼럼니스트
이 현 숙
칼럼니스트

 여당이 당론(黨論)으로 띄운 `서울 메가시티` 구상안의 후폭풍이 거세다. 만약 이 제안대로 오롯이 실행된다면 김포를 필두로 서울과 인접한 중소도시들이 하나둘 `서울화`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1392년 태조 이성계는 조선을 건국하고 1394년 개경에서 한양으로 천도했다. 이때부터 600여 년이 흐른 오늘, 여당이 쏘아 올린 `서울 새판 짜기`의 신호탄이 대한민국 심장부에 지각 변동을 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런데 뉴스를 접하고 떠오른 생각이 있다. `수도권 매표 전략`이라는 야당의 공세도 뜨악하지만, 하필 총선이 머지않은 시점에 `뜬금포 담론(談論)`으로 혼란을 자초하느냐다.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중차대한 정책일수록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심사에 숙고를 더해야 함은 상식 중의 상식일 터다. 다른 건 차치하고 비수도권에 상대적·절대적 박탈감을 안겨 준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변명하지 않았으면 한다. 
 물론 명분은 있다. 서울을 인구 규모 천만 이상의 산업인프라와 경쟁력을 갖춘 매머드급 국제도시로 부상시키려는 듯하다. 누구도 가 본 적 없는 길이다. 철두철미한 설계, 주도면밀한 진행, 거기에 그 어떤 돌발 변수에도 너끈히 대응할 의지와 역량이 있다면 예상을 뛰어넘는 성공적인 작품이 탄생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국민의 대다수는 선뜻 지지를 표명하지 못하고 있다. 역대 실행된 공공사업의 결과물들에 분통 터진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닌 때문이다. 심지어 막대한 국고를 낭비하고도 누구 하나 제대로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한편 일부 지자체, 일부 시민들은 `주민 편의의 극대화`를 내세운 `서울 편입` 제안에 호의적인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가장 먼저 거론된 김포에서는 교통난 완화나 집값 상승의 기대감이 흘러나오고 고양, 과천, 광명, 구리, 안양, 하남 등지에서도 동조하는 분위기가 엿보인다. 그러나 설령 서울시에 편입되고 서울시민이 된다 하더라도 당장 생활상이 달라질 거라는 생각은 섣부른 예단이 아닌가 한다. 찬성표를 던진 주민들의 입장은 존중받아 마땅하지만 바람이 현실이 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서울은 이미 비대하다. 수도권도 마찬가지로 포화되었다. 서울 인구 941만에 경기도 1360만, 인천광역시 297만을 합치면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편중된 상황이다. 사정이 이런데 서울 인접 도시를 인위적으로 흡수해서 서울의 상주인구를 늘리겠다고 한다. 전체 인구수가 빤하건만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수도권에서 다시 서울로 인구를 이동시켜 서울의 몸집을 키우려는 `돌려막기`식 발상이 적이 당혹스럽다.
 더불어서 지방 소멸의 가속화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비수도권은 오늘도 `청년 엑소더스`가 진행 중이다. 지난 10년간 청년 60만이 수도권으로 향했다. 변변한 일자리도 없는데 애향심만 강요하며 이들을 붙잡아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청년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지역의 대부분은 산업, 경제, 교통, 의료, 교육, 문화 등 총체적인 난국에 직면했다. 고뇌에 찬 청년들과 생기를 잃어 가는 지역사회를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하는 현실이 암울하다.
 하나 더, 경기도의 정체성이 훼손될까 우려된다. 경기도라는 행정구역 명칭은 고려 왕조 때부터 사용되었다. 경기(京畿)의 `기(畿)`의 원뜻은 `도성(都城) 둘레 500리 안의 땅`이다. 지도를 보면 경기도가 서울을 호위 무사인 양 빙 에워싸고 있다. 다만 서울특별시 서쪽에 위치한 강서구와 인천광역시 계양구가 접하고 있어 백 퍼센트 완벽한 도넛 형태는 아니다. 역사성 확립 차원에서라도 허울뿐인 경기도가 아닌 명실상부한 경기도를 후대에게 물려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여겨진다.
 서울과 수도권은 과거로부터 긴밀한 협조 관계에 있다. 현 행정 체계를 유지하면서 교통수단이라든지 취약한 부분을 보완하고 개선해 나가는 것은 어떠한가. 지자체장들이 사심 없이 머리를 맞대고 숙의한다면 상생의 아이디어가 쏟아지리라 믿는다. 서울 확장만이 능사가 아니다. 행정구역 통합의 효과도 분명 있겠지만 반대로 부정적 영향은 없을지, 비수도권과의 형평성에 위배되지는 않을지, 전체적인 큰 그림을 봤으면 한다. 
 우려의 목소리가 비등하자 여당은 `3축(서울, 부산, 광주) 메가시티` 카드를 꺼내들었고, 야당은 행정 체계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초광역 메가시티`로 맞불을 놓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국토 면적 10만㎢에 인구 오천 만, 대한민국의 갈 길은 둘 중 하나가 될지도 모른다. `서울공화국`이거나 아니면 서울 메가시티, 충정 메가시티, 호남 메가시티, 영남 메가시티 등 `메가시티공화국`이 그것이다.
 전례에 비추어 보더라도 광역지자체 간 행정 통합은 결코 간단치 않다. 2019년 부산, 울산, 경남을 하나로 묶는 `부울경 메가시티`안이 처음 공개되었다. 이후 진행 과정이 지지부진한 듯하다가 2022년 4월 우여곡절 끝에 `부울경 특별연합`이 공식 출범했다. 하지만 두 달 뒤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세 지역의 단체장이 동시에 교체되면서 계획은 백지화되었다. 시쳇말로 `짠`하고 등장해서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혹세무민의 의도는 아니겠으나 결과론적으로 지역민들에게 제시한 장밋빛 청사진은 조각난 환상이 되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국민으로부터 정책 입안과 운영 권한을 위임받은 분들에게 당부한다. `서울 메가시티` 논의와는 별개로 비수도권 도시들과 농산어촌을 반드시 현장 답사하여 적나라한 실태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는 국토균형발전의 취지에도 부합될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정책 사업을 결정함에 있어 우선순위를 도출하는 합리적인 근거가 될 것으로 사료된다. 서울, 수도권뿐만 아니라 여타 광역시도, 시군구, 읍면동 모두 같은 대한민국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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