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에 관한 소고
상태바
층간소음에 관한 소고
  • 남해타임즈
  • 승인 2024.03.18 11:21
  • 호수 88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현숙 | 칼럼니스트
이 현 숙칼럼니스트
이 현 숙
칼럼니스트

 우리나라의 주거 형태는 `인구 밀집`형의 표본이라 해도 무방할 듯하다. 2022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총 주택 1915.6만 호 가운데 공동주택(아파트 64%, 연립·다세대 14.7%)의 비중이 무려 80%에 육박한다. 경남도를 별도로 집계하면 총 주택 131만 1971호에 공동주택의 비중이 약 67%를 차지한다.
 주지하다시피 공동주택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층간소음이다. 이는 어쩌면 산업화·경제화 과정에서 비롯된 고밀도 도시화 정책의 폐단 가운데 하나일 수도 있다. 여하튼 층간소음과 관련된 민원이 연이어 제기되지만 사회적 관심도 부족하고 법적 규제 장치도 미흡하다. 그 틈을 비집고 이웃간 마찰과 갈등이 단순한 분쟁을 넘어 폭력과 살인 같은 강력 범죄의 발단이 된 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새해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사천시의 한 빌라에서 동일 건물 내 위층 여성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먹고살기 급급했던 과거에는 주거환경이니 생활소음이니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근래 신축한 아파트의 바닥충격음 성능검사에서 최소기준에 미달된 사례가 나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온 나라를 충격에 빠뜨린 철근 부족 `순살 아파트`는 또 무슨 날벼락이던가. 층간소음과 더불어 벽간소음도 촘촘히 살펴봐야 할 부분이다. 원룸이나 고시원에 사는 입주민들이 참고 쉬쉬하니 표면화되지 않을 뿐이다.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도 아니거늘 집을 가지고 장난쳐서는 안 된다.
 시도 때도 없는 소음공해의 스트레스는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모른다. 저벅저벅 발소리, 쿵쿵 뛰어다니는 소리, 문 여닫는 소리, 망치질 소리, 절구질 소리, 의자 끄는 소리, 악기 소리, 화장실 물소리, 개 짖는 소리 등에 장기간 노출되고 신경쇠약과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니 층간소음에 맞대응하는 보복 소음의 등장은 예견된 사태인지도 모른다. 천장을 두드리거나 천장을 향해 스피커를 설치하는 등 유형도 다양하다. 다만 이런 식의 보복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윗집에 불안감과 공포심을 일으키는 `스토킹 범죄`로 규정되어 처벌 대상이다. 이웃사촌은 옛말이고 이웃이 무서운 세상이 되었다. 
 구조적 접근 방식이 아닌 개인의 부주의나 실수로 몰아붙이는 한 층간소음 문제를 봉합하기는 쉽지 않다. 결코 실내매트나 실내화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무엇보다 부실시공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종합적이고도 체계적인 주택건설사업 계획안을 수립하고 설계부터 완성까지 단계별로 건설 비리를 적극 차단해야 한다. 한편, 최근 들어 건설사들이 층간소음 차단용 완충재를 공동 개발 중이라 하니 작은 희망이 엿보인다. 
 층간소음 관련법으로는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 및 기준에 관한 규칙`이 있다. 그리고 층간소음 방지를 위한 사전인정제와 사후확인제가 있다. 전자는 공인기관에서 검증한 방법을 이용해 바닥을 시공하는 제도이고 2004년 소음 규제와 함께 도입되었다. 후자는 아파트 완공 후 사용승인이 나기 전에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을 확인하고 검사결과를 제출토록 한 제도로서 2022년 도입되었다. 층간소음 기준에 미달되는 신축 아파트는 준공 승인을 보류하고 시공업체에 보완 시공을 의무화했다.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더라도 관리감독이 소홀하면 무용지물이다. 관리적 측면에서 투명성과 엄정성을 유지해야 함은 당연하다. 제도상의 미비점을 악용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사법적 제재가 필요하다. 한 예로 시공 전 인증 과정에서는 소음 기준을 충족하여 인증서를 발급했는데, 시공 과정에서 애초의 계획안을 임의로 변경하는 일이 있는 듯하다. 사용검사권자인 지자체의 권한을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소도시나 시골 생활의 매력은 덜 오염된 자연환경과 유유자적한 일상이다. 여기에 층간소음으로부터의 전격 해방을 빼놓을 수 없다. 이곳에 이삿짐을 푼 다음날 이른 아침, 누구의 눈치도 안 보고 세탁기를 돌리던 그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층간소음이 있는 대도시의 공동주택으로는 두 번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층간소음에 시달리는 도시민들이여, 삶터를 바꿔 심신건강도 챙기고 `지방소멸`도 막고 `지방 부흥`의 첨병이 되는 길을 걸어 보시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