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세이 │ 장현재 본지 칼럼니스트·남해초등학교 교사
무청보다 푸른 한려수도 큰 섬
올망졸망 작은 섬들 거느리고
삼월의 따스함이 옷고름 푸는
망운산 자락 피어나는 철쭉
강진바다 분홍빛으로 안고
갯바람 실은 섬 마늘 향기
대교를 건넌다
장맛비 그치자 푸르른 녹음의 시선
터지는 젊음의 눈 시림도 잠시
12경에 파고든 금산 38경
그리움의 엽서 파상풍처럼 가슴을 후빈다
갓 시집온 새색씨처럼
하늘대는 억새꽃 나지막한 산자락
주인 없는 집 우물가 덩그런 유자
가을빛 향기에 취해
외로움은 기다림을 쏟아내고
안아 줄이 없는 한 줄기 바람
뒤란에 머물다 고개 숙인다
언제나 끝은 시작한 곳에서
남국의 반짝임이 묻어나는 설흘산에서
산머루 달콤한 맛에 세월을 거스러며
계단진 다랭이논 암수바위는
등굽은 할배 할매 손등의 산고였을까?
에머랄드 빛 해안 너머 숨은 태평양
한 두 점 떠서 졸고 있는
배들을 품에 안고
윤슬에 눈 못 떠는 붉어진 오후
기다림의 노을로 깔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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